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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법카를 쥐어주는 순간, 회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리더십 테스트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택시를 타고 그 위에 고급커피와 야무진토핑을 얹는다. 영수증은 나중에 달라고 하면 슬그머니 꺼낸다. 다른 누군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사 메뉴를 조심스레 고르고, 말하지 않아도 영수증을 챙겨온다. 같은 법카지만, 전혀 다른 태도다. 우리는 이 작은 태도의 차이를 종종 소소한 습관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법카는 단순한 비용 청구 수단이 아니다. 그건 한 사람의 신뢰를 다루는 방식’, ‘관계를 소비하는 태도’, 그리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아주 조용히 보여주는 거울이다.

 

1. 법카는 리더십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법카는 얼마까지 써도 되는가를 보는 도구가 아니라, ‘이 권한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를 확인하는 도구다. 책임감, 절제, 판단력, 주인의식, 이 모든 리더십의 기본 요소가 법카 한 장에 녹아 있다. 어떤 이는 법카를 이득을 챙길 기회라 생각하고, 다른 이는 조직이 손해 보지 않게 써야 할 자원이라 생각한다. 둘 다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한쪽은 신뢰를 소진하고, 다른 쪽은 신뢰를 쌓는다. 리더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작은 권한 앞에서의 태도가 그 사람의 크기를 결정한다. 법카는 그 시작점이자 시험지다.

 

2. 남의 돈은 쓰는 데서 그 사람의 품격을 드러낸다

자기 돈 앞에서 신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진짜는 남의 돈을 쓸 때 드러난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에도 정말 필요한가?”를 묻고, 누군가는 어차피 회사 돈인데라며 기분을 채운다.그 차이는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자원을 다루는 데서 드러나는 윤리감각이다. 남의 돈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대개 남의 시간도, 남의 감정도 가볍게 소비한다. 법카는 계산서보다 그 사람의 세계관을 남긴다. 그리고 그것은, 관계 안에서 결코 사소한 태도가 아니다.

 

 

3. 돈은 사라지고, 태도는 남는다

법카로 결제하는 건 결국 신뢰다. 직원은 종종 말한다. “아껴봤자 회사는 몰라요.” 하지만 회사는 생각보다 그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 ‘법카를 어떻게 썼는가는 종종 이 사람에게 다음 권한을 맡길 수 있을까?’를 결정짓는 잣대가 된다. 법카는 돈만 쓰는 카드가 아니다. 그건 동시에 신뢰를 쓰는 카드다. 아무 말 없이 야무지게 챙겨오는 영수증, 당연한 듯 조심스레 고른 메뉴 하나, ‘이 정도는 괜찮겠지보다 조금만 더 아끼자는 그 한마디가 다음 권한의 크기를 바꾼다. 법카는 눈앞의 영수증보다, 그 사람이 다음에 맡게 될 책임과 기회를 결제하고 있는 중이다.

 

4. 결론 : 작은 권한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

사람은 권한 앞에서 본모습이 드러난다. 특히, 그 권한이 남의 것을 다루는 일이 될 때 그렇다. 법카는 권력도 아니고, 보상도 아니다. 그건 한 사람의 성숙도, 자제력, 책임감을 드러내는 일종의 테스트다. 법카를 처음 받았을 때, 우리는 모두 같은 카드를 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신뢰를 키워 다음 카드를 받고, 누군가는 신뢰를 깎아 다음 기회를 잃는다.사람을 볼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작은 권한을 줘보는 일이다. 그리고 법카는 그 테스트를 가장 조용하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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