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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 알람보다 먼저 깨어나는 당신의 몸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스마트폰 화면에 시달린 눈과 책상에 굽어진 어깨, 그리고 끝없이 돌아가는 생각들로 가득한 머릿속까지. 현대인의 하루는 마치 정비되지 않은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흘러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500년 전 조선의 한 의원이 남긴 지혜가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 더없이 절실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단순한 의학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서이자 실용적인 생활 지침서다. 현대 의학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집중한다면, 동의보감은 애초에 병에 걸리지 않는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그 핵심에는 몸과 마음의 균형,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라는 동양철학의 정수가 녹아있다.

 

 

1. “잠은 약 중의 으뜸이다”라는 첫 번째 가르침부터 현대인의 가슴을 찌른다. 24시간 불야성을 자랑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업무, 끝없는 스마트폰 스크롤링, 그리고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에게서 가장 기본적인 회복의 시간을 빼앗아 갔다. 허준은 수면을 단순한 휴식이 아닌 몸과 마음을 재생시키는 신성한 의식으로 보았다. 잠들어 있는 동안 우리의 세포들은 스스로를 수리하고, 기억은 정리되며, 감정은 안정을 찾는다. 현대 과학이 증명한 수면의 중요성을 500년 전에 이미 꿰뚫어 본 것이다.

 

 

2. “약을 찾기 전에 생활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은 현대인의 습관적인 해결책 추구에 제동을 건다. 두통이 있으면 진통제를, 잠이 안 오면 수면제를, 우울하면 항우울제를 찾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 허준은 묻는다. "정말로 약이 필요한가? 아니면 당신의 생활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규칙적인 식사,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 건전한 인간관계 같은 기본적인 생활 패턴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음식이 곧 약이요, 약은 곧 음식이다”는 현대 영양학의 선구적 개념이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이 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매일 입에 넣는 것들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치유와 건강 유지의 핵심 수단이라는 것이다. 제철 음식을 먹고,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선택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치유법이다.

 

4.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늙었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은 연령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뜨린다. 젊음을 과신하여 몸을 혹사하거나 무리한 생활을 지속하는 것도, 나이를 핑계로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는 것도 모두 어리석다는 것이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 노력은 언제 시작하더라도 늦지 않다.

 

 

5. “하루를 정갈하게 살면 그 하루가 보약이다”는 말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거창한 계획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깔끔하고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최고의 건강법이라는 뜻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정성스럽게 아침식사를 하며, 하루 일과를 차근차근 정리하는 것. 이런 일상의 리듬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6.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말고, 목이 마르지 않으면 마시지 말라”는 조언은 현대인의 과식 습관에 경종을 울린다. 습관적으로 먹고, 스트레스받을 때 먹고, 심심할 때 먹는 것이 아니라 몸이 진정으로 원할 때만 먹으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다이어트 조언을 넘어 자신의 몸과 진정한 소통을 하라는 깊은 메시지다.

 

 

7. 가장 혁신적인 통찰은 “몸이 아프면 그 이유를 마음에서 찾아라”는 조언이다. 현대 심신의학이 입증한 스트레스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허준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위궤양을 앓는 직장인의 진짜 병인은 위가 아니라 끝없는 걱정과 불안일 수 있고,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의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는 인간관계의 갈등일 수 있다. 몸의 신호를 통해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라는 이 조언은 오늘날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8. 마지막으로 “몸을 지나치게 아끼면 병을 부르고, 함부로 쓰면 수명을 잃는다”는 가르침은 건강한 삶의 핵심을 담고 있다. 극단을 피하고 중용을 지키라는 것이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과도한 운동으로 몸을 혹사하는 것도 모두 건강에 해롭다.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이완, 적당한 활동과 적당한 휴식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건강한 삶의 지혜다.

 

허준의 이 조언들은 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현대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지혜일지도 모른다. 첨단 의료기술과 무수한 건강 정보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건강하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동의보감은 말한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당신의 일상 속에, 당신의 선택 속에 있다고 말이다.

 

 

 

결국 건강한 삶이란 특별한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충분히 자고, 적당히 먹고, 마음을 평온히 하며, 몸을 적절히 움직이는 것. 허준이 500년 전에 제시한 이 단순한 진리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웰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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