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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을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는 나를 극복하는 순간 ‘칭기스칸’이 되어 있었다.”

 

1. 버려라

세계 정복에 나서기 전 몽골 유목민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유럽 기사단의 갑옷과 무기의 무게는 70킬로그램이었지만, 유목인의 군장은 7킬로 그램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칭기스칸 군대는 무거운 갑옷을 버렸습니다. 옷 속에 얇은 철사로 된 스프링을 넣어 기동성을 높인 것입니다. 그들의 신형 갑옷은 몸을 가볍게 할 뿐 아니라, 웬만한 화살도 튕겨내는 효과를 냈습니다. 다음으로 그들은 식량을 버렸습니다. 과거의 식량체계가 아닌 전투 식량을 마련해 군수보급품의 무게를 가볍게 한 것입니다. ‘보르츠라는 일종의 육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보르츠는 소 한 마리 분량의 고기를 말린 것으로, 소 방광에 모두 들어가 운반하기 간편하고 가벼우면서도, 병사 한 명의 1년 식량으로 너끈했습니다. 몽골 군대는 원정 전쟁을 위해 군대 이동은 물론, 군수, 물자, 병참, 식량 등 기존의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칭기스칸은 낡은 사고방식을 과감히 던져버림으로써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습니다.

 

2. 공유하라

그들의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칭기스칸은 가난한 유목민들로 하여금 세계를 정복한다는 거대한 꿈을 꾸게 만들었고, 그 꿈은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3. 열어라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돌궐 제국을 부흥시킨 톤유쿠크 장군의 유훈입니다. 초원지대에는 험준한 산이 없습니다. 사방이 호수와 강, 들판으로 열려 있을 뿐입니다. 이런 자연조건에선 언제 적이 들이닥칠지, 내가 어디에 숨어야 할지 항상 경계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유목민들은 주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지평선 너머 초원에는 적이 있을까 동지가 있을까. 바깥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유목민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알아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인사말은 안녕하십니까가 아니라, ‘당신이 온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였습니다.

칭기스칸 군대는 톤유쿠크 장군의 유훈처럼 성을 쌓아 지키는 것이 아닌, 문을 열고 나아감으로써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습니다. 정착민들이 외지인을 배척하고 자기 몫을 지키려 성을 쌓아 나갈 때, 그는 문을 열고 외지인을 환대하며 나라밖에 관한 정보들을 속속들이 수집했습니다. 적국 군대에서 누가 얼마나 용맹한지, 성곽 보초는 몇 시간마다 교대하는지, 보초망에서 어디가 약점인지 등을 파악했습니다. 정보화 마인드로 무장한 칭기스칸 군대는 적을 압도해버렸습니다. 적들은 싸우기도 전에 칭기스칸이라는 이름 앞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4. 가변성

레고(Lego)라는 장난감은 참 신기합니다. 자동차가 됐다가 다시 뜯어 조립하면 배도 되고 집도 됩니다.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가변성이 레고를 최고의 장난감으로 만들었습니다. 칭기스칸 군대의 특징 역시 이와 유사했습니다. 칭기스칸이 손을 한 번 들면 그의 군대는 10만이 됐다가, 한 번 더 들면 20, 30, 40만으로 얼마든지 변신했습니다. 군대 숫자가 고무줄처럼 신축적일 수 있는 비결은 어떤 병사를 충원하더라도 충분히 전술 기량을 펼치는 호환 조직이었기 때문입니다. A가 하는 일을 B가 할 수 있고, 활을 쏘다가도 칼을 들고 진격할 수 있었습니다. 정착 문명 군대는 활 쏘는 군사, 창 든 군사, 말 타고 진격하는 군사 식으로 나뉘었습니다. 반면 칭기스칸 군대는 모든 군사가 기본 전술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 놀랍게도 그 가변성은, 전쟁에서 이긴 뒤 포로를 흡수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칭기스칸은 승리할 때마다 부족한 군사들을 현지에서 충원하는 방식으로 인력 풀을 운용하는 놀라운 지혜를 발휘한 것입니다.

 

5. 기술

칭기스칸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절대 죽이지 않는 적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술자들입니다. 신기술을 지닌 자만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테크노 헤게모니, 일종의 기술 패권주의입니다. 전쟁은 목청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술로 합니다. 칭기스칸 군대는 자기네 개발품이든 아니든, 기술을 향상시키는데 엄청난 노력을 쏟았습니다.

 

6. 디지털 노마드

미래 사람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지만 어디에도 집은 없을 것이다.” 이 말은 30년 전 캐나다 미디어 연구가 마셜 맥루언이 내놓은 미래 예측입니다. 그의 말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21세기는 디지털 유목민의 시대입니다. 당신의 몸속엔 칭기스칸과 유사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피눈물과 신바람으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유라시아 대통합을 달성했듯, 당신도 한과 신명으로 21세기를 헤쳐 나가시길 바랍니다. 21세기 생존법은 당신의 심장과 핏줄에 새겨져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고한 도서 : CEO 칭기스칸